정토사 유심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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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은 고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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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9-29 13:25:11 조회수 419

나의 삶은 고단했다.

어릴 때는 행복했으나 결혼 후 27세부터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6형제가 할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단란하게 행복하게 살았었다.

나의 행복한 어린 시절, 할아버지는 예와 덕이 있고 자상하고 합리적이며 지혜로운 분이셨다.

그런 할아버지를 너무나 존경했던 나의 어린시절은 행복했다.

 

대학교 다닐 때 불교 학생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여기저기 여러 절을 다녔다.

그러다가 대학교 졸업 무렵에 스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속리산 법주사 수정암에서 새벽 기도를 마치고 법당문을 나서는데 순간 적막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 적막감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때 느꼈던 무서운 적막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 출가는 포기하고 말았다.

 

27세 결혼 후 교직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학원을 운영 했었는데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불행이 시작되었다.

IMF 때 오빠들의 사업이 줄줄이 망하면서 내가 힘껏 도와주다 보니 집이 넘어가고 빨간 딱지가 붙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지옥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절에 열심히 다니면서 천일기도도 하고 눈 뜨자마자 염불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나마 견딜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깊은 병이 찾아와서 이미 내 몸을 점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았어도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내 몸은 처참하게 망가졌다.

자가 면역 질환 루푸스는 무서운 병이었다.

거의 모든 병이 다 내게로 왔다.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그러다가 ○○ 스님 인연으로 사부님을 뵈었다.

 

○○스님을 믿었기에 사부님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수행은 기운이 없어서 거의 누워서 했고 준장도 하나부터 시작해서 다음날은 두 개 했다.

호흡도 2번 이상 하기 힘들었다.

혼원 정체론을 읽었는데 나는 잘 모르는데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행공 하는 모습이 달라졌다고 했다.

나는 사부님께 오래 살고 싶지 않다, 죽어도 사바세계에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사부님은 수행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27년 전에 무슨 약을 먹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가 무슨 독한 약을 먹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임신 중절 약을 먹은 게 기억이 났다.

그 약이 그렇게 독한 약이었나? 몰랐다.

그리고 27년 전에 먹은 약을 사부님께서 말씀하시니 놀랐다.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셨을까?

신기했다.

 

소원만 수행이 있는데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

양파껍질 벗기듯 계속 나왔다.

내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욕심이 많았던가?

내 속에 화가 많이 쌓였었구나! 이렇게 슬픔이 많았구나!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다 보면 나의 어릴 적 상처와 트라우마가 보이게 되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조금씩 자각하면서 일정한 패턴의 반복이 보인다. 그리고 알게 된다.

내가 왜 이 갈등을 겪어야 하나?

참회하고 또 참회하면서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

쳇바퀴 돌 듯이 반복적으로 감정 싸움하는 내 모습을 알게 된다.

 

반응이 심각하게 찾아왔다.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x선 촬영기에서 간은 하얀색으로 나타났고 단백요, 폐결핵, 대상 포진, 40도 고열, 부정맥, 두드러기까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반응했기 때문에 산 것 같다.

이제는 고비를 넘겼다.

5년째인 지금도 반응이 오지만 그런대로 살만하다, 세포가 새로 다 바뀐 것 같다.

병이든 반응이든 다 반응이다.

의념이 생명 활동을 좌우한다.

이제 다 나았다.

2년마다 건강 검진을 하는데 어느 날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넘어갔다.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만 남았다.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커서 육체적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돌이켜 보니 나의 교만심 때문이었다.

지금도 교만심은 힘들다.

어른은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다행이다.

사부님 만나뵙고 새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지금은 현실과 부딪혀도 당당하다.

수행은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것보다 능력 닿는 대로 조금씩 나눠서 하고 있다.

좋은 인연에 감사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주신 사부님께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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