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사 유심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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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스승과 바른 수행법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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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1-01 13:43:11 조회수 423

유심선원에서 나를 돌아보다

바른 스승과 바른 수행법을 만나다

 

50이 넘으니 몸이 여기저기서 불편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으나, 나는 일에 푹 빠져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일에 전념했다. 그 일이라는 것이 사회적 존재감과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해 주는 것이기에 놓치고 싶지 않아, 악착같이 붙들고 있으니 그게 탐심인 줄, 어리석음인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2019년 1년동안 밥을 먹지 못해 몸무게가 39키로까지 빠졌다.

몸도 힘들고 남편과의 대화없음으로 마음의 병도 깊었다.

2014년 대상포진,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고생할 때, 잠시 휴직계를 내고 기원정사에서 수행을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5년정도 그곳을 잊고 지냈었다. 일도 해야 했고 남편이 기원정사에 가는 것을 싫어해서 굳이 싫어하는 것을 피하고 싶기도 했다.

다시 일을 쉬고, 산엘 다니면서 나무와 더불어 얘기하고, 길가 작은 예쁜 들꽃들과 속안의 얘기를 나누었다.

 

천호스님께 전화가 왔다. 보살님 몸 안 좋으시다면서 기원정사에 와 계시지 그러세요.

아, 제가 왜 거기 생각을 못했을까요. 며칠 후 기원정사엘 갔다.

기원정사에 와서 무염식 공양을하니 속이 편했다. 사흘 후부터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사탕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허기를 달래던 것이, 음식이 이것저것 다 맛있고 스님들도 도반들도 편하기 대해주니 살 것 같았다.

 

오랫동안 불교계에서 일하면서도 부처님가르침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바른 수행에 대한 목마름이 깊어 나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수행에 대한 갈증도 있었지만, 부끄럽기도 했다. 수행이란 말도 알았고, 관심도 있었고, 탐심 진심 치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듣고, 나름 마음을 잘 다스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주변 사람들이 날보고 마음이 편해 보인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즐기며 자만심만 키웠다. 수행자들이 많아도 진즉 우리 삶에 꼭 필요하고 실천할만한 것은 배울 수 없었다. 아니 내가 탐진치로 무장돼 있으니, 가르침의 말들이 내안의 탐심과 부딪치는 순간 튕겨져 나가버렸다.

 

그런데 몸이 아프고부터 나를 돌아보니 어리석음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고, 탐심은 내 안에서 치성을 부리고 있었다. 자만심이 나를 가두고 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소위 큰스님이라고 존경받던 스님들하고 일하면서, 내게 오만함 같은 것이 병인 줄도 모르고 즐기고 있었다. 믿었던 동료의 배신감 같은 것도 가슴속에 서리서리 아픔이었다.

 

사부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발보리심이라는 것이 허공을 휘젓는 것같이 추상적이어서, 지금은 잡히는 것이 없지만 입으로라도 줄줄 외운다.

내탓이오를 말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방하라는 말보다 쉬운 것이 또 있을까. 말이 쉽다는 거다.

 

심계안에서 나를 본다.

봉기관정하면서 허공을 느낀다.

형신장을 하면서 나를 구성하고 있는 몸의 부위들을 두루 어루만지며, 그동안 혹사시키며 돌아보지 않은 것을 참회한다.

소원만을 하며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무엇이 두려워 감추고, 가두고, 꼭꼭 속으로, 더 깊은 속으로, 뼈속까지 가두고 있었는지, 내 안으로 감추었던 가면을 하나씩 벗겨내는 즐거움도 꽤 쏠쏠하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누군가를 축원하며 조장할 때의, 그 고요하고 때로는 소름돋는 허공과 하나되는 충만함으로 넉넉하다.

스승님과 도반들과 혼원령통하는 그 순간, 우리가 하나되는 느낌으로 가슴이 떨린다.

 

사부님은 늘 우리곁에 계신다.

친구같고 도반같고 늘 웃으시는 편한 모습과 생활속에서 가르침이 있고, 아주 작은일도 비유를 들어가며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여 주신다. 어린아이 같아 웃음을 자아낸다.

노래를 불러 수행은 엄숙함이 아니라, 행복함이라는 것을 일러 주신다.

 

2년여 수행을 하면서 몸의 반응도 많이 있다. 독소가 빠지느라 손발이 온통 좁쌀 같은 것이 몇 달간 올라오고, 가렵고 쓰리고, 진물이 나고, 몸 여기저기서 존재들의 이야기가 끊임없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자니 참 바쁘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들의 존재도 나만큼이나 소중하기에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머릿속은 매일이 전쟁이다. 조이고 누르고 비틀고 그들의 존재의식은 가히 두드러지고도 남음이 있다. 알았다 알았어. 미안하다 미안해. 너를 여러번 혹사시켰구나. 진참회를 한다.

연탄가스를 먹었고, 교통사고로 왼쪽뇌를 다쳤고, 그로인해 왼쪽귀가 전혀 안들리고 잡음이 난다. 또 귀가 안들림에 직장생활의 어려움이 많아서 특히 회의할 때나, 여럿이 모여 대화할 때 등등 왼쪽으로는 들을 수 없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열등감으로 몸을 떨었던가. 그래서 인공와우장치인 임플란트를 뇌에 박느라 전신마취를 하고 또한번 뇌를 혹사시켰었다.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귀하다. 너 나 우리. 그래, 머리 다리 허리들아, 우리 함께 가자. 지금은 불편하지만 저 맑고 푸른 허공과 같이, 우리는 맑고 밝고 행복해지리라는 것은 믿는다.

우리는 스승님이 계시니 정해진 프로그램 따라 부지런히 정진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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