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사 유심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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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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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1-01 14:08:13 조회수 370

7년 전 스승님을 처음 뵙던 때가 생각난다.
도량에 매화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던 봄날이었다.​
도반스님하고 강릉에 있는 작은 암자에서 지내고 있었다.
도반스님은 전주의 모 사찰에서 주지소임을 맡고 있을 때 법당과 요사체가 전소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책임을 다하여 불사를 마쳤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병이 들어버렸다.
강릉으로 옮겨와서 이 약 저 약 다써보고 많은 분들을 찾아 다니고 기도도 열심히 했지만 별 차도는 없었다.

그즈음 어느 보살님과 통화를 했다.
팔공산 자락에 티벳 라마스님이 계시니 한 번 찾아뵈라고 권하였다.
그때 드는 느낌이 ‘아 그분을 찾아가면 도반스님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인연으로 도반스님은 스승님을 찾아뵙고 그곳에서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밝아져 갔다.
스승님과 수행법에 대한 믿음이 가니까 먹던 약을 다 끊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서는 스승님을 모시고 강릉 도량에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게다가 그곳에서 수행하는 대중들도 같이 동행한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더 늙기 전에 3년 정진한다고 있었던 터라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이기심이 올라와 많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드디어 오시는 날이 되었다.
사시마지를 올리고 법당문 밖으로 나오는데 법당 앞마당에서 스승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쳐다보셨다.
불편한 마음으로 날을 세웠던 소아가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마음속에 꽃이 피는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큰스님 시자로 살았던 경험 그러니까 내안에 심어진 관념 따라서 어떻게 모셔야 하나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먼 길 오셨으니 목이 마르시겠다는 생각에 토마토 주스를 해가지고 가서 드렸더니 괜찮다며 안 드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중을 놔두고 당신 혼자 따로 드시는 것은 안 하셨던것이다.​
점심 공양 준비하는데 스승님은 아무 거리낌 없이 주방에 들어 가셔서 우리와 같이 음식을 준비 하셨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내 관념 속에 들어 있던 큰스님에 대한 상이 다 부서져 나갔다.​

저녁에 도반스님이 제일 정갈한 방에 새 이불을 펴서 정성스럽게 잠자리를 준비하여 그곳에 주무시라고 말씀드렸다.
한참 있다가 이불을 하나 들고 오시더니 마루 한 쪽에 턱 누우시면서 ‘ 나 오늘 밤 여기서 자요. 저 방에는 환자 보살님 자라고 하세요.’ 하셨다.
그때 또 한 번 내 머릿속은 띵 ~ 했다.

‘아! 저분은 정말 상이 없으시구나.
정말 我가 없으신 분이구나.
금강경에 말씀하신 무주무아 그 경지에 계신 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시 수행한다면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갑상선 항진증도 크게 재발하고, 음식도 제대로 섭취를 못하고, 간수치도 올라가고, 협착증으로 허리도 자주 삐끗거리고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였다.​
‘왜 몸에 병이 생겼느냐’ 고 물으셨다.
도반스님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신경을 많이 쓰고 걱정하다 보니 병이 재발했다고 말씀드렸다.

​스승님께서는 ‘도와주는 것은 걱정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건강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병이 난 것은 도반스님 때문이 아니고, 스스로 통과 안 되는 좁은 마음 때문에 난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대구에 와서 수행법을 배워서 수행을 같이 병행해도 된다.‘ 고 말씀하셨다.​
난 어떤 힘에 이끌려 가듯 15일만 배워서 오겠다는 생각으로 지묘동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 있다보니 기운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시고, 형체 이완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셨다.
한국 조계종 선지식들께서 기(氣)를 말하면 다 외도로 보는데 ‘ 저 스승님이 외도? 내가 보고 느꼈던 스승님에 대한 생각이 잘못 되었나?’ 하는 의문이 올라왔다.​
그러고 있을 당시 한 스님이 스승님께 질문을 드렸다.

‘스승님께서 가르치시는 방향은 무엇입니까?’ 여쭈니 스승님께서 ‘내가 가르치는 방향은 오직 반야지혜 하나뿐이다.’
다른 것은 다 잎이고 가지다.‘ 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젊은 날에 의지하고 따르던 스승님은 열반하시고, 제 방의 큰스님들을 찾아뵈었지만 인연이 안되었다. 그러면서 선지식 만나 뵙기를 발원해 왔는데 스승님의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아! 내가 정말로 귀의 할 스승님을 뵙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도 감동스럽고 눈물이 쏟아졌다.​

오십을 훌쩍 넘어 버렸지만 이런 스승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이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다.
그동안 수행을 한다고 했지만 내 이기심을 버리지 못했고, 내 관념의 틀을 만들어 놓고 수행이라고 착각했던 부분들을 스승님께서 여지없이 다 깨뜨려주셨다.

​또 수행하다 보니 나는 육조스님이나 우리나라 큰 조사스님들처럼 상근기도 아니면서 마음하나 깨달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몸을 조화롭게 다스리지 못하여 병만 키워왔던 것을 알게 되었다.​

수행은 마음만 닦는 것이 아니라 ‘형形(몸) ,기氣(기운), 신神(정신)’이 서로 맞물려 조화롭게 삼위일체가 되도록 닦아갈 때 진정한 수행 성취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승님께서 기운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 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기운으로 이루어졌으며 또한 이 생명의 기운은 대자연 기운과도 하나로 통한다.
정신(의식)도 또한 기운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면서도 기운은 의식 따라 움직인다. 의식이 밖을 향하면 기운은 의식을 따라 밖으로 향하고, 의식을 몸 안으로 거두면 기운 또한 몸 안으로 향하게 된다. 이렇듯 의식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형.기. 신이 조화롭게 변하여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수행하여 온몸에 기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하여 기운이 많고 부드러워지면 몸이 건강해짐을 물론이고, 마음이 화창해지며 안정된다.
오장의 기운이 잘 통하면 마음이 안정되며 마음이 안정되면 장애 없이 선정에 들 수 있게 된다.

지묘동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호흡 수행을 했다.
그 음악은 중국의 큰 성취자분들께서 수행을 돕기 위해 방할의 역할을 하는 징소리를 넣어서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스승님께서 그 음악속에 에너지가 많으니 쉬는 시간에도 많이 들으라고 하셨다.

수행한지 한 달 좀 지나 강릉에 와 있을 때였다.
음악에 무슨 기운이 있을까? 의문은 들었지만 계속 들었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잠잘 때도 열심히 들었다.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음악을 틀어 놓고 양기(養氣)하고 누웠는데 빵~~~하는 징소리에 호흡이 멈추고 생각이 뚝 끊어졌다.
공한 상태였다. 몇 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하단전부터 햇살이 퍼져나가듯 따뜻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 음악 소절소절을 따라 전신으로 기운이 통하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며칠 동안에 이어져 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작은 대나무 굵기의 불기둥이 회음에서부터 몸 중앙으로 쭉 올라갔다.
그 후로 몸에 있던 병들이 언제 좋아졌는지도 모르게 다 좋아지고, 갑상선 항진증 반응만 몇 차례 있었고, 지금은 완치되었다.​

그런 체험 후 기운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가게 되었다.
진정으로 삼신사지(三身四智)를 성취하고, 대원만 서위를 하려면 形. 氣. 神을 함께 닦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밀법을 만나게 된 것과 아낌없이 전해 주시는 스승님 문하에 들어오게 된 큰 행운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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